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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보다 더 강한 존재, 새우니

by igolly 202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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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보다 더 강한 존재, 새우니 관련 이미지
무당이 굿을하고 있는 모습

 

1. 새우니, 이름만 들어도 소름

새우니... 이름만 부르면 입안이 서늘해진다. 원래는 무당이 부리는 귀신이었다. 하지만 마치 종이 주인을 넘어서 주인이 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무당의 영적 능력을 빨아들였다. 그러다 결국 통제 불능. 악귀가 된다고들 했다.

‘새’라는 말이 ‘올라타다’라는 뜻이란 걸, 난 꽤 늦게 알았다. 귀신이 무당의 어깨 위에 올라타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보게 된 셈. 그 과정에서 평범했던 사역 귀신이, 마침내 자기를 부린 무당까지 해치게 되는 거다. 어떤 전설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혼령이 원한이라는 기름을 부어, 불처럼 타올라 새우니로 변했다고도 한다.

2. 청구야담 속, 한겨울보다 차가운 이야기

조선 후기의 이야기집 청구야담에는 새우니가 실제처럼 묘사된 기록이 있다. 정조 8년, 평산이라는 작은 마을에 병이 퍼졌다. 사람과 가축이 차례로 쓰러졌다. 마을 사람들은 “이건 새우니다” 속삭였다.

그 정체는 박소사라는 여인이었다. 열여덟에 시집갔다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살해당했다. 이유는... 시어머니가 양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박소사가 그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사건은 자살로 꾸며졌다. 하지만 10년 뒤, 정조의 명으로 다시 조사해 진실이 드러났다.

박소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부검을 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무려 두 번. 하지만 그때는 ‘자살’ 판정. 원한은 땅속에 묻히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새우니가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3. 새우니와 무속의 다른 얼굴들

새우니는 ‘거녀귀신’이라고도 불린다. 또 ‘새타니’라는 말도 있는데, 지역마다 뜻이 다르다.

첫째, 어려서 죽은 아이 혼령. 무당에게 영험을 준다. 둘째, 제주도 전설에선 굶어 죽은 아기의 시신, 말라붙은 미이라. 셋째, 북부에선 영적 능력을 받아 점치는 무당, 남부에선 ‘명도’ 또는 ‘명두’라 부른다.

이렇게 보면, 새우니는 단순한 귀신이 아니라, 무속 신앙의 깊은 주름 속에서 여러 얼굴을 가진 존재다.

4. 왜 새우니가 특별히 무서운가

그들은 장소에 묶이지 않는다. 스스로 이동하며 인간을 찾아간다. 심지어 자연마저 건드린다고 한다. 어떤 전설에서는 산신령마저 새우니에게 밀렸다고. 인왕산 이야기에서는 새우니가 산신을 제압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말이 남아 있다.

비 오는 날, 천둥소리 뒤에 이상하게 또렷한 여성의 웃음소리를 들었다면... 괜히 기분이 서늘해진다. 이런 힘이 있기에, 새우니는 단순한 귀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5. 무서움 너머의 상징

새우니는 단순히 무섭기만 한 건 아니다. 귀신이 늘 나쁘기만 한 건 아니듯. 때론 사람을 돕거나, 경고를 주기도 한다. 새우니는 그중에서도 극단적인 악령이자, 억울함과 원한이 만들어낸 상징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바닷가 노을이 떠오른다. 찬란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색. 억울한 사연은 바닷물처럼 파도에 실려왔다가도, 다시 부서져 흩어진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6. 잠깐, 여행 얘기를 하자면

이상하지? 이런 무서운 얘기를 하다 갑자기 해외여행이 생각났다. 사실 인왕산 전설을 읽고 나서, 나는 바로 표를 끊었다. 이유는... 글쎄, 그냥 그랬다. 일본의 시라카와고 마을에서 눈이 내리는 걸 보며, 새우니 얘기를 떠올렸다. 설경 속 고요함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무언가. 그건 마치 여행이 주는 설렘과 닮았다. 예측할 수 없고, 조금은 무섭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프라하 골목길을 걸으며 느낀 건데, 돌바닥 틈새에서 자라는 잡초도 의외로 강하다. 누군가 밟고 지나가도, 다시 고개를 든다. 어쩌면 새우니의 원한도 그런 게 아닐까. 짓눌려도, 사라지지 않고, 틈새에서 피어나는 힘.

7. 결론 없는 결론

새우니는 무속 속에서 태어나, 무당조차 제어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 속엔 사람의 감정과 정의, 그리고 억울함이 녹아 있다. 우리가 이 얘기를 두려움만으로 듣는다면, 놓치는 게 많다. 때론 새우니의 이야기가, 노을 진 바닷가처럼 마음 한 구석을 붉게 물들이기도 하니까.

해결책은 없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산에 올라 나무 냄새를 맡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느끼면 된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테니까. 어쩌면, 새우니도 그 안에 스며 있는지 모른다.

무당보다 더 강한 존재, 새우니 관련 이미지2
전설속의 새우니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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