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포도알균, 우리 몸 속의 작은 손님
사람의 코 속, 그리고 피부 곳곳에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이 살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황색포도알균이라는 녀석인데요, 건강한 사람들의 비강 앞쪽이나 피부에 살짝 내려앉아 ‘거기 있소’ 하며 자리 잡고 있답니다. 겉보기엔 조용하지만, 이 조용한 손님이 어느 순간 갑자기 ‘폭풍우’가 되어 나타나기도 해요. 균혈증, 심내막염, 폐렴, 관절염, 골수염, 연조직 감염, 심지어 뇌수막염까지, 이 작은 균이 벌이는 일들은 마치 숲속 불씨가 바람을 타고 번지듯 퍼져나가죠.
옛날에는 메티실린이라는 ‘무기’로 이 균을 쉽게 물리칠 수 있었어요. 메티실린, 이름부터 뭔가 강력해 보이죠? 그런데 1961년, 균은 ‘나도 진화했다!’라며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개체를 선보였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메티실린 내성 균, 즉 MRSA가 점점 늘어나버렸답니다. 마치 한때 우리의 발걸음을 막는 모래바람처럼, MRSA는 메티실린뿐 아니라 베타락탐계 항생제 전부를 피해 다니는 ‘신출귀몰한 도둑’ 같은 존재가 되었죠.
MRSA, 왜 더 무서운 걸까?
포도알균이라는 가족 안에 여러 친구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황색포도알균은 ‘주인공’ 격이에요. 이 친구가 문제인데, MRSA는 이 중에서 메티실린에 아예 ‘면역’이 생겨버린 놈입니다. 그래서 예전엔 ‘메티실린’이라는 ‘칼’로 쉽게 베었는데, 이제는 칼날이 무뎌져 버린 거죠. 그래서 치료법도 달라져야 하는데, 주로 반코마이신이나 타이코플라닌 같은 강력한 약을 씁니다. 그런데, 이 약조차도 100% 믿을 수만은 없어요. MRSA 균혈증에 걸리면 치료해도 사망률이 30%나 된다고 하니, 마치 눈앞에서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는 것처럼 불안하죠.
게다가 의료기관이라는 공간은 ‘균의 놀이터’ 같기도 해요. MRSA를 가진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손을 뻗어’ 전파시키는 일이 쉽기 때문이죠. 마치 불씨가 바람 타고 옮겨가는 것처럼요.
증상, MRSA가 남기는 흔적
MRSA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몸 안 여기저기서 ‘아픈 신호’가 울리기 시작해요. 균혈증이면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싸고, 감염심내막염이 생기면 열과 함께 ‘장기 색전’이라는 무서운 일이 찾아오기도 하죠. 관절이 부어오르고, 빨갛게 달아오르며 아프기도 하고, 피부나 피하조직에선 종창과 발적, 통증이 나타나요. 폐렴이 오면 숨 쉬는 게 버거워지고, 가래도 심해져요. 무엇보다 MRSA는 고름을 아주 잘 만들어요. 감염 부위에 ‘고름집’이라는 일종의 성채를 쌓아 올리니, 마치 몸속에 조그만 ‘요새’를 짓는 셈이죠.
MRSA를 알아내는 과정, 진단과 검사
이 녀석을 잡으려면 먼저 ‘얼굴’을 찾아야 해요. 감염된 부위에서 황색포도알균을 배양하고, 항생제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 시험하는 ‘감수성 검사’를 해야 하죠. MRSA인지 아닌지에 따라 치료제가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게다가 MRSA는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뿐 아니라 마크로라이드, 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 같은 여러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이어서, 마치 ‘여러 개의 방어막’을 두른 요새 같아요.
치료, 그리고 쉽지 않은 싸움
MRSA와의 싸움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서 폭풍우를 맞는 기분입니다. 가장 먼저 꺼내는 무기는 반코마이신과 타이코플라닌이지만, 만약 이 무기들이 먹히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리네졸리드를 투입해요. 마크로라이드나 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 계열은 가끔 통하지만, MRSA는 대개 ‘내성’을 갖고 있어요. 고름집이 생기면 항생제가 잘 닿지 않으니, 직접 ‘요새’를 부숴야 하기도 합니다. 배농하거나 수술하는 일이 필요한 거죠.
경과와 합병증, 끝나지 않는 전쟁
MRSA 감염증은 다른 균들보다 더 자주 심각한 상태로 발전해요. 균혈증 환자 중에는 감염심내막염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심장이 점점 힘을 잃으며 심장수술까지 받아야 할 수도 있답니다. 마치 망가진 다리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것처럼, 몸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죠.
예방, 우리 모두의 몫
의료진들이 제일 신경 쓰는 건 ‘손씻기’입니다. 환자 만나기 전과 후, 침대 닦고, 무균 조작 전, 체액에 닿은 후에는 알코올이나 클로르헥시딘으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해요. 환자와 환경에서 MRSA가 퍼지지 않도록 일회용 장갑과 가운도 필수랍니다. MRSA 호흡기 감염환자 진료 시 마스크도 꼭 써야 하죠.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모든 병실이 1인실이라 MRSA가 넘나들지 못할 텐데, 현실은 의료비용과 공간 부족에 발목 잡혔어요.
일상 속의 작은 방패, 손씻기
병원뿐 아니라 집, 거리, 어디에서나 손씻기는 감염 예방의 첫걸음이에요. MRSA 감염 환자를 격리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에선 격리실이 부족하니 모두가 조금씩 주의해야 하는 셈이죠.
바람에 실려 오는 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균 하나가 우리의 삶을 뒤흔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법을 배우고 있죠. 세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것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자연의 숨결처럼 때론 잔잔하고 때론 거센 우리 주변의 미묘한 균형을,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여행지에서 맞는 바람처럼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리 없는 위협 앞에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그런 감정들 사이에서 오늘도 우리는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