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머니가 자꾸 티비를 보다가 "저 연예인 얼굴 왜 이렇게 뿌옇냐~ 분장 안 했나?" 이러신다. 근데 웃긴 건… 내가 보기엔 HD 화질인데도 말이지.
처음엔 그냥 나이 들면 다 그런 거겠지 싶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자꾸 밝은 곳에서 눈을 찡그리고, 약간 짜증도 내시고…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그러다 친척 언니가 그러더라. "그거 백내장일 수도 있어."
백.내.장? 그거 완전 노인들이나 걸리는 거 아닌가? 하긴 할머니면 노인이긴 하지. 그래도 그냥 눈 좀 침침한 거 아냐… 싶었지만, 뭔가 마음에 걸려서 인터넷을 마구 뒤져봤다.
“눈 속에 렌즈가 있다고요?”
사람 눈 안에는 수정체라는 게 들어있대.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초점을 맞춰서 사물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투명한 덩어리. 근데 이게 나이가 들면 마치 유리컵에 김 서린 것처럼 뿌예진다고 한다. 그게 바로 백내장.
사실 수정체는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존재잖아.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다가, 뭔가 이상해져야 비로소 “아, 너 있었구나?” 하는 존재랄까. 약간 중고등학교 때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애가 졸업식 날 울면서 안기던 느낌이랄까.
“60 넘으면 70%가 겪는다는데… 그럼 진짜 흔한 거네?”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줄까?
60세 이상 인구의 약 70%, 70세 이상은 무려 90%가 백내장을 겪는대. 헉. 진짜 이렇게 흔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할머니 친구들도 자꾸 병원 다닌다고 했던 거, 그게 다 눈 때문이었나 싶다.
그런데 노화만이 원인은 아니래. 당뇨, 외상, 자외선, 심지어 스테로이드 연고 오래 바르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던데? 약간 피부에 바른 약이 눈까지 영향을 준다니, 인체는 진짜 신기하면서도 연결고리가 너무 많아서 무섭기도 해.
아, 그리고 선천성 백내장도 있다고. 산모가 임신 중 풍진에 걸리거나,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애기 때부터 생기는 경우도 있다더라. 갑자기 아기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게 되는 나란 사람…ㅋㅋ
“눈이 흐리면 마음도 흐려지나 봐…”
할머니가 제일 힘들어하신 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는 거였다. 특히 해 질 무렵이나 밝은 형광등 아래에선 눈부심이 심해서 자꾸 손으로 가리고 계셨고.
근데 그 와중에 이상하게 어두운 데선 더 잘 보인다고도 하시더라?
뭐랄까,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낮엔 안 보이다가 밤이 되면 뭔가 또렷해지는 그런 거?
가끔은 글씨가 또렷해진다고 좋아하시기도 하고, 색깔이 전처럼 안 보인다고 하기도 하고. 근데 가장 마음 아팠던 건,
“사람 얼굴이 겹쳐 보여서 누구인지 모르겠어…”
이 말이었어. 백내장은 시력만 흐리는 게 아니라, 일상도 흐리게 만든다.
“병원 가보니, 진짜 수술밖에 방법이 없대”
안과 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산동검사. 눈동자 커지게 하는 약 넣고, 기계로 내부를 들여다보는데 이게 좀 눈 시리고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해.
검사 결과 할머니는 핵경화 백내장. 수정체 중심이 딱딱하게 굳고 흐려진 거라고.
그래서 결국은 수술을 권유받았다. 요즘은 작은 절개로 초음파로 수정체를 부수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IOL)를 넣어준대. 도수 조절도 가능하다고 하니까, 약간 눈 안에 미니 렌즈 넣는 기분?
생각보다 간단하게 들렸는데, 막상 할머니는 “그래도 내 눈인데 무서워…” 하시더라. 그 말 들으니 괜히 나도 울컥함.
“수술 후엔 어때요?”
수술은 금방 끝났어. 하지만 진짜 관리는 수술 후 1~4주가 핵심.
점안약은 시간 맞춰 넣어야 하고, 눈에 손대지 말고, 보호 안경 쓰고, 먼지 많은 곳은 피해 다녀야 해. 수면 중에도 안대 꼭 써야 하고. 약간 방울토마토처럼 소중히 다뤄야 함. 🍅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할머니가 티비 보면서 “아~ 이제 잘생긴 거 보이네~” 하심ㅋㅋㅋㅋ
아, 그리고 꿀팁 하나. 인공 수정체는 대부분 평생 간대. 교체 필요 거의 없음! 어쩌면 우리 몸에서 가장 오래 쓰는 인공 부품 아닐까?
“그럼 예방은 어떻게 해요?”
사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그럼 나는 나중에 안 겪을 수 있을까?
근데... 정답은 애매해.
그냥 자외선 차단 잘하고, 당뇨 조심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하라는 말뿐.
완벽한 예방법은 없고, 조기 발견해서 관리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단다.
약간 인생 같지 않아? 피해갈 순 없지만, 준비는 할 수 있는 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내장은 말하자면 인생의 필터 같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끼는 투명한 막.
근데 그 막을 걷어내면 다시 또렷하게 보이는 세상이 있다는 거, 그게 좀 신기하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뿌연 시야는 혹시 눈 때문만은 아닐까?
사람 때문에, 감정 때문에, 또는… 마음이 흐려져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백내장은 눈 얘기지만, 어쩌면 마음 얘기이기도 한 것 같아.
당신은 오늘, 또렷하게 세상을 보고 있나요?
필요하면 이 후기 아래에 달린 댓글처럼 누가 한마디 더해주면 좋겠지.
"나도 엄마가 그러셨어요."
"내 눈도 요즘 좀 이상한데…"
"이런 글, 왜 울컥하지?"
👁️🗨️
세상이 뿌옇다면, 눈 때문인지 마음 때문인지, 잠깐 멈춰서 한번 들여다봐요.
오늘도 맑은 눈으로, 아니면 흐려도 괜찮은 눈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