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발을 딛는 순간, 공기가 다르다.
아, 이건 그냥 습한 공기가 아니라, 뭔가… 바다와 도시가 손을 잡고 내 코앞에서 춤추는 느낌?
비행기 창문 너머로 반짝이는 빌딩 숲을 보는 순간, 이미 마음속에선 "나 여길 사랑할 거야" 선언을 해버렸다.
1. 빅토리아 피크 – 하늘이랑 나만 아는 비밀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갈 때, 기분이 좀 이상했다.
45도 각도로 기우뚱 올라가는 동안, 내가 지금 놀이기구를 타는 건지, 시네마틱한 영화 장면에 들어온 건지 헷갈림.
창밖엔 빌딩들이 점점 작아지고, 대신 하늘이 커진다.
정상에 도착하면?
낮엔 푸른 바다와 회색 도시가 맞물려서 퍼즐처럼 보이고, 밤엔 별 대신 네온사인이 빛나는 우주로 변한다.
해질녘이 특히 미쳤다. 노을이 항구 위에 붓으로 칠한 듯 번지고, 바람은 ‘오늘 하루, 잘 왔다’고 속삭인다.
2. 스타의 거리 –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
여긴 그냥 산책로일 줄 알았는데, 발밑에 전설들이 새겨져 있다.
브루스 리 동상 앞에서 괜히 포즈 잡아봤는데… 결과물은 그냥 “동네 주민 산책 나옴” 느낌.
근데 이거 아는 사람?
매일 밤 8시, 여기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열린다.
도시 전체가 디제이 된 것처럼 레이저와 음악으로 광란의 파티를 연다.
그 순간, 난 카메라 대신 눈으로 저장했다. 왜냐면… 사진으로는 절대 그 진동이 안 담기거든.
3. 란콰이퐁 – 오늘 밤은 조금 미쳐도 되는 날
낮엔 그냥 조용한 골목.
근데 밤이 되면… 갑자기 세상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변한다.
음악이 벽에서 튀어나오고, 모르는 사람이 건배를 제안하고, 길거리엔 온갖 언어가 뒤섞인다.
맥주 한 병 들고 서있으면, 어느새 옆 사람과 인생 얘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순간 깨달음: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은 이름보다 분위기로 기억된다.
4. 홍콩 디즈니랜드 – 동심은 나이를 안 묻는다
솔직히, 나 디즈니 덕후 아니었는데… 여기선 그냥 자동 덕후 모드.
작아서 좋았다. 발 아프게 하루 종일 안 걸어도, 모든 구역을 다 돌 수 있으니까.
퍼레이드에서 미키랑 눈 마주쳤을 때, 진짜 심장이 쿵.
그리고 불꽃놀이… 와, 그건 그냥 마법이었다.
내 옆에 있던 꼬마가 ‘우와아’ 하고 감탄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찡했다.
5. 몽콕 야시장 – 사람냄새, 기름냄새, 행복냄새
야시장은 언제나 정답이다.
여긴 특히 좁은 골목에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냥 걷기만 해도 쇼핑하는 기분.
옷, 액세서리, 기념품… 뭐든 싸게 살 수 있다.
근데 진짜 포인트는 음식이다.
달콤한 망고 디저트, 바삭한 와플, 뜨끈한 어묵 꼬치.
거기서 맥주까지 곁들이면? 음, 이건 행복의 공식이다.
마카오 – 하루면 충분하지만, 하루로는 부족한 곳
홍콩에서 페리 타고 1시간.
마카오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포르투갈식 건물에 중국 간판이 걸려 있고, 골목에는 육포 냄새가 난다.
성 바울 성당
남아있는 건 정면 벽 하나뿐인데, 이상하게도 그게 더 멋있다.
마치 오래된 연애 편지 한 장이 남아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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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부터 금빛. 천장은 하늘을 흉내내고, 운하 위엔 곤돌라가 흐른다.
그 안에서 노래하는 뱃사공이, 아마 오늘 하루 나보다 행복해 보였을 걸?
🌊 여행의 끝에서
홍콩과 마카오는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도시 같다.
하나는 잠들지 않는 빛의 도시, 다른 하나는 느릿하게 미소 짓는 옛 유럽의 한 장면.
그리고 나는 그 두 꿈 사이에서, 잠깐 숨을 쉬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봤다.
작아지는 불빛이 꼭 반짝이는 조개껍질처럼 보였다.
그 조개껍질 속엔 여전히 내가 있었고, 나는 그걸 손에 꼭 쥔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그 빛을 잊는 날이 오면, 또다시 가야겠지.
그때는 또 어떤 나를 데려갈지… 그건 아직 비밀.